생존자 편향 6원칙 — 17명 중 혼자 남은 사람이 정리한 운칠기삼의 진짜 의미
2017년,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사업을 시작한 17명이 한 모임에 모였다. 대부분 100억 이상의 투자를 받은 회사들이었고, 그중 내 회사가 가장 작았다. 우리는 분기마다 만나 매출을 비교하고 채용을 자랑했다.
6년이 지난 지금, 그 17명 중 살아남은 사람은 나 한 명이다.
일부는 회사를 내팽개치고 연락이 끊겼고, 일부는 그보다 더 나쁜 선택을 했다. 좋은 결말로 끝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. 그 시절 가장 작은 회사였던 내가 마지막에 남았다는 사실은 단순한 운으로 설명되지 않는다. 동시에, 단순한 실력으로 설명될 수 있는 일도 아니다.
이 글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진실 — 사업의 진짜 구조에 관한 6가지 복기다. 누군가 “나는 도전하고 싶다”고 묻는다면, 멋진 말 대신 이 6가지를 먼저 보여줄 것이다.
원칙 1. 생존자 편향 — 999명의 실패 뒤에 1명의 성공이 있다
자기계발 강연에서 사업가가 단상에 올라 “여러분도 사업하세요, 저처럼 될 수 있습니다”라고 말한다. 청중은 박수를 치고 메모를 한다.
여기서 그 누구도 묻지 않는 질문이 있다 — “오늘 단상에 못 올라온 999명은 어디 있습니까?”
| 보이는 것 | 보이지 않는 것 |
|---|---|
| 강연하는 1명의 성공 사례 | 같은 시기 같은 결정을 한 999명의 실패 |
| 매스컴에 나온 유니콘 창업자 | 비슷한 아이템으로 폐업한 수백 명 |
| “이렇게 하면 됩니다” 류 교본 | 같은 방식으로 똑같이 망한 사람들 |
이걸 생존자 편향이라고 한다. 살아남은 사람만 말할 수 있고, 실패한 999명은 말이 없기 때문에, 마치 그 길을 가면 다 성공하는 것처럼 보인다.
내 17명 모임이 정확히 그 증거다. 그날 단상에 올랐다면 나는 “저처럼 하면 됩니다”라고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. 하지만 그 자리에 같이 못 온 16명은 말이 없다. 그 16명이 나보다 노력하지 않은 게 아니다. 더 똑똑했고 더 많이 투자받았다. 그래도 사라졌다.
성공한 사람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한 사람의 99%는 실패한다. 그것이 진실이다.
원칙 2. “10억 팔아 1억 남길 줄 알아야 100억을 남긴다”
사업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거짓말이 “규모의 경제”다.
“지금 10억을 적자 보더라도, 나중에 1,000억 매출이 되면 100억 흑자가 됩니다.” 이 말을 믿고 첫해 30억 적자를 본 회사들이 어떻게 되는지는 다들 안다. 게임이나 인터넷 서비스처럼 한계비용이 0에 가까운 사업은 이 논리가 가끔 작동한다. 그러나 디자인·F&B·제조·서비스업처럼 매출과 비용이 비례해서 늘어나는 사업은 10억에서 손해를 보면 1,000억에서도 손해를 본다.
| 사업 유형 | 적자 → 흑자 전환 가능성 |
|---|---|
| 한계비용 0 (소프트웨어·디지털 콘텐츠) | 가능 (규모로 흑자 전환) |
| 한계비용 일정 (디자인·F&B·서비스) | 거의 불가능 |
| 한계비용 증가 (제조·물류) | 불가능 (오히려 악화) |
내가 17명 중 살아남은 이유의 절반은 여기에 있다. 나는 처음부터 “10억 팔아 1억 남길 수 있는 구조”를 만들고 나서, 그다음 100억을 노렸다. 단위 경제(unit economics)가 마이너스인 상태로 규모를 키우는 것은 절벽으로 빠르게 가는 일이다.
코로나가 왔을 때 17명 중 16명이 무너졌다. 그들은 정상 시장에서도 적자였는데, 시장이 흔들리니 버틸 현금이 없었다. 나는 작았지만 매분기 흑자였기 때문에 그저 평소처럼 운영하면 됐다.
원칙 3. 한국 사회는 실패에 한 번의 기회만 준다
미국이나 이스라엘에선 “3번 실패 후 4번째에 성공한 창업자”가 매우 가치 있는 인재로 평가된다. 한국은 그렇지 않다. 한 번 실패하면, 다음 라운드에 다시 들어가기가 매우 어렵다.
투자자도, 가족도, 은행도, 다음 직장도 첫 실패의 흔적을 본다. “재기”라는 단어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는 영웅적 비주류 서사이지, 정상적 경로가 아니다.
여기서 내가 정의하는 금수저는 돈이 많은 집이 아니라 “기회가 여러 번 주어진 사람”이다.
| 종류 | 기회의 횟수 | 실패 후 다음 행동 |
|---|---|---|
| 진짜 금수저 | 무제한 (“이번 안 되면 다음 거 해봐”) | 새 도전 |
| 일반 가정 | 보통 1~2번 | 직장 복귀 |
| 한 번의 기회 | 1번 | 회복 불가 |
도전하라고 말하는 사람 중 상당수가 자기는 “여러 번 기회의 집”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빠뜨린다. 부모가 사업을 했거나, 첫 실패를 뒷받침해줄 가족 자본이 있었거나, 실패해도 돌아갈 자리가 있었다. 같은 도전이라도 그 사람과 내 동생이 거는 비용은 완전히 다르다.
그래서 친한 동생이 천 대 일 경쟁의 시험을 준비하겠다고 하면, 나는 말린다. 그가 못나서가 아니다. 한 번의 기회를 거는 게임의 기대값이 마이너스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.
원칙 4. 운칠기삼의 진짜 뜻 — 100점 중 30점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
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 팀장이 내게 말했다. “네가 뽑힌 건 운이 좋아서야. 운 7, 기 3.”
당시엔 민망했다. 지금은 이 말이 사업의 본질을 정확히 짚었다고 생각한다. 단, 사람들이 운칠기삼을 오해한다.
운칠기삼은 “열심히 해봐야 30%만 통한다”는 뜻이 아니다. 사업을 시험에 비유하면 이렇다.
| 경쟁자 A | 경쟁자 B |
|---|---|
| 운(랜덤) 70점 부여 | 운(랜덤) 70점 부여 |
| 본인이 준비한 0~10점 | 본인이 준비한 30점 |
| 합산 70~80점 | 합산 100점 |
| 결과: 진다 | 결과: 이긴다 |
운이 70점이라는 건 모두에게 비슷한 무작위가 작동한다는 뜻이다. 그 위에 본인이 만든 30점을 얹은 사람이 이긴다. 운 70점은 통제 불가, 기 30점은 통제 가능. 우리가 할 일은 그 30점을 미친 듯이 만드는 것뿐이다.
이게 무서운 이유는 운 70점이 안 따라주면 30점을 다 만들어도 진다는 것이다. 그래서 “준비된 사람도 자주 진다.” 다만 같은 횟수의 게임을 반복하면 30점 만든 사람이 통계적으로 가장 많이 이긴다.
성공한 사람들이 “운 좋았다”고 말하는 건 겸손이 아니다. 사실 진술이다. 다만 그들은 그 30점을 만들어 놓고 운을 기다린 사람이다.
원칙 5. 사업은 미로 — 10년 전으로 돌아가도 다시 통과 못 한다
가끔 사람들이 묻는다. “만약 10년 전 기억을 가지고 그때로 돌아간다면, 다시 성공할 수 있겠습니까?”
내 솔직한 대답은 “자신 없다”이다.
지난 10년을 돌아보면, 나는 매년 수십 번의 갈림길에서 왼쪽/오른쪽을 선택했다. 그때그때의 판단은 50:50의 도박에 가까웠다. 어떤 길은 결과적으로 살아남는 길이었고, 어떤 길은 죽는 길이었다. 같은 갈림길을 다시 만나도 그때와 같은 선택을 한다는 보장이 없다.
|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공한 사업가 | 실제 성공한 사업가 |
|---|---|
| 처음부터 길을 알고 있었던 사람 | 갈림길마다 약간 더 나은 쪽을 골랐을 뿐 |
| 압도적 실력의 소유자 | 50:50을 51:49로 만든 사람 |
| 통찰력으로 미래를 본 사람 | 미래는 모르지만 확률을 계산한 사람 |
그래서 “내가 해봤으니 너도 해봐”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은 두 종류 중 하나다. 자신이 운으로 통과한 사실을 모르거나, 알면서도 강연료를 위해 말하거나.
크게 인정받은 사업가일수록 도전하라는 말을 쉽게 하지 않는다. 그들은 자기가 살아남은 게 실력의 결과이기만 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안다.
원칙 6. SNS는 생존자만 말한다 — 그래서 고통의 공유가 필요하다
지금 SNS를 켜면 모든 사람이 부자고, 모두가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. 자신만 뒤처지는 것 같다.
이게 거짓말은 아니다. 다만 999명의 실패자가 SNS에 글을 안 쓰는 것이 진실이다. 망한 사람은 망한 이야기를 굳이 공개하지 않는다. 자살한 사람은 자살한 이유를 영상으로 남기지 않는다. 사라진 17명 중 16명은 SNS 계정도 함께 사라졌다.
| 보이는 SNS | 안 보이는 진실 |
|---|---|
| “이번 분기 매출 300% 성장” | 다음 분기에 회사가 사라진 사람 |
| “투자 라운드 클로징” | 1년 후 그 투자금으로도 안 됐던 회사 |
| “조용히 출국, 새 챕터 시작” | 회사 두고 도망간 케이스 |
그래서 성공한 사람들이 자기가 힘들었던 이야기, 치욕스러웠던 경험, 무서웠던 밤들을 더 많이 공유해야 한다. 그래야 도전을 준비하는 사람이 균형 잡힌 그림을 본다. 순풍에 돛 단 듯 성공했다고만 말하면, 다음 세대는 그저 “운 70점”만 기다리며 기 30점은 준비하지 않는다.
이 글이 그 작은 시작이다.
마무리 — 그래도 도전하겠다는 사람에게
이 모든 이야기를 듣고도 도전하겠다는 사람이 있다. 17명 중 16명이 사라진 길을 그래도 가겠다는 사람이 있다. 그런 사람을 막을 수는 없다. 나도 막아도 갔을 사람이다.
다만 가기 전에 다음 6가지는 점검하고 가기 바란다.
| 체크 항목 | 통과 기준 |
|---|---|
| 999명이 실패하는 게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는가 | “예외는 나”라는 말을 안 한다 |
| 단위 경제(매출 1당 이익)가 플러스인가 | 적자로 규모 키울 생각 없다 |
| 한 번의 실패를 흡수할 가족·자본 안전망이 있는가 | 없다면 거는 비용이 너무 크다 |
| 운 70점을 못 받아도 30점은 만들 자신이 있는가 | 30점 없는 채 운만 기다리지 않는다 |
| 미로의 갈림길마다 51:49로 만드는 사고법을 훈련했는가 | 그날 그날 50:50으로 던지지 않는다 |
| SNS의 생존자 편향에 매일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가 | 남의 성공을 매일 보며 비교하지 않는다 |
성공한 사람의 강연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. 결론이 아니라 과정을, 사람이 아니라 구조를 봐야 한다. 그게 17명 중 살아남은 사람의 솔직한 결론이다.
운이 좋길 바란다. 진심으로.
